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01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자기자신이 된다는 것,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조금은 알겠다.

 

얼마 전 부모님과의 큰 다툼에서 나는 내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생각했다.

살아서 처음으로 자해를 했고, 미친듯이 발악했다. 그러고도 주체할 수 없이 선명하게 올라오는 분노 때문에 계속 나를 더 망가뜨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내내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끊임없이 울었다.  정말이지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찾았던 미각을 다시 잃었고, 배부른 감각을 잃었다. 느낌 없이 계속 음식은 끊임없이 입으로 들어갔다.

계속 쵸컬릿과 달달한 음식을 찾고 아무 느낌 없이 입에 넣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 모습이 싫었다. 왜 그런지 몰라서 이전보다 더 통제가 되지 않는 내 모습에 화가 났다.

아빠와 엄마는 어쨌든 사과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노력을 하는데 금새 툭 털어버리던 이전의 내 모습과 달리,

이번에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계속 머리 속에 들끓고, 숨을 쉴수 없을 정도로 속은 부글거리고, 모든 감각이 화로 마비되어서 주체를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두통과 심장의 울컥거림으로 타이레놀을 찾게됐고,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계속 되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분명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었는데 역시 내가 다시 다 망가뜨린 것 같아서 상담 날짜를 빨리 당기려다가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나는 충분히 잘 하는 사람이니깐 스스로를 믿어주라고. 그리고 화가 났으면 내가 화가 났구나라고 인정해주라던 말씀이 생각났다.

 

그렇게 미친 듯 들끓는 나를 몇 일간 바라보았다.

그러다 불현듯 발악을 하며 화를 내던 나, 자해하던 나, 그것은  내가  그간 계속 외면했던 내 모습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의 발악과 자해는 늘 눌러오던 어두운 모습의 내가 튀어나온 것이다. 부모에게 화내서는 안됀다는 아빠의 오랜 강압, 무조건적 순종을 요구하던 아빠의 강압적인 교육으로 인해서 항상 눌러왔던 나의 화가 뛰쳐나왔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난 그런 상황에서 늘 겁에 질려서 아무 말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그리고 나의 저항은 이해 받기보다는 일방적인 비난만 받았고, 부모님의 거센 꾸짖음 후에는 자아비판과 왜곡된 자기합리화가 이어졌었다.

어른에게 말대꾸하고 되바라지게 구는 것은 나쁜 행동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 스스로 그런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게 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나를 미워하게 하고, 내가 왜 그랬을까 좋은 말로 하지 못한 그 결과에만 집중하고, 나는 내가 이상한 아이이고 화 자제력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늘 항상 부모님에게 사과했고, 착한아이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나는 그 화내는 아이를 가두어 버렸던 것이다.

 

그 날이 딱 그랬다. 언제나처럼 그 상황이 되풀이 되었던 것이다. 단지 달랐던 점은 나는 화내는 아이를 가두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날 밤새도록 나조차도 이유를 알수 없이 통제가 되지 않았던 눈물은, 화내던 그 아이가 나에게 얘기했던 것이다. 나는 외면받아야할 대상이 아니라고. 그 또한 내 일부라고.  아빠가 쏟아부은 말들처럼 내가 미쳤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다시 가두지 말라고. 너라고. 말대꾸할 수도 있고 자해할 수도 있다고. 그만큼 오래 너는 나를 가두어 뒀던 것이라고.

 

무조건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부모의 부당함, 그 부당함에 대해서 저항할 수 없던 의존적 유년기의 좌절. 하지만 나는 알아야 한다. 부당함에 저항할 수 없었던 유년기는 이제 끝이 났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고함을 지를 필요도, 눈물로 호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유년기의 의사소통법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제 그 부모에게 의존적이고 부모세상이 전부여서 그 세상이 내게 등돌리면 생존이 불가능한 그 힘없는 아이가 아니다.

나는 내 세상이 있고, 부모가 내게 등을 돌리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어른이다. 조금 힘들 수는 있더라고 나는 무력하지 않다. 오히려 더 우월한 능력이 있다.

아이의 불안함은 이제 더 이상 어른이 된 나의 것일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화내는 나를, 분노하는 나를, 말대꾸하는 나를, 외면하고 교정의 대상으로 여기고 억압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됀다. 그런 나의 일부가 나쁘다고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빠일 뿐이다. 그런 부정적인 모습의 나를 사랑하는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돼고, 박해해야한다고 주입시킨 것은 아빠이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났던 것이다. 이번에도 늘상 반복되는 그런 아빠의 강압이 부당하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난 달에도 정황을 살피지 않고 나의 분노를 일방적으로 몰아 붙여서 나를 죄책감을 느끼게 해서 상황을 종료시키려는 아빠가 싫었다.  그리고 근래 할머니가 아빠에게 하는 행동들을 보고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아빠의 방식은 할머니로 부터 왔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 이후,  아빠가 그 상황에 다시 함몰되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아빠를 도와주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랬기 때문에 그저께 밤에 내게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어 일어나자  더욱 더 극렬하게 화가 났던 것같다. 나는 그날 밤, 정황을 살피지 않고 불효자라는 부모의 불합리한 방어기제를 내세워서 자식을 압제하려는 아빠의 행위에 나는 극렬하게 저항했던 것이지, 아빠 말처럼 나는 극단적이고 못돼먹은 자제력이 없는 사람도, 정신이 이상해서 병원에 보내져야할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이제 나 자신을 도와 줘야한다.

내가 아빠가 불효자-우애 파탄자라는 말도 안돼는 할머니의 이유에 아빠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던 것에 동감하고 적극적으로 도와 줬었던 것처럼,

나는 내자신이 부모에게 대드는 불효자-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는 나쁜 딸이라고 부당하게 죄를 뒤집어 씌워서 나를 통제하고 아빠엄마에게 고분고분하고 원하는 것을 착하게 잘해주는 인형같은 딸로 강제하려는 그들의 탐욕에 더이상 휘둘리지 않도록

나는 나를 도와야한다. 내가 나를 구원해야한다.

 

그들의 욕심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긴 시간 그렇게 시작되었고 형성되어왔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들수는 있다. 하지만 부모는 보호하고 자식은 의존하던 그 시기는 내게 있어서 이제 끝이 났다. 부모는 그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내가 나를 벗어나도록 도와야한다.

내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에 눈을 떠야한다.  버림받을까, 생존이 어려울까 걱정하던 그 유아기적 불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당한 죄목을 벗어던지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를 지켜야한다.

내가 내 스스로를 부당하게 죄인취급하면서 나를 몰아붙이고, 화가 난 나를 가둬버린다음, “ 제가 말 잘들을 께요~ 화푸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엄마 아빠 마음을 아프게 하다니 제가 너무 나빴어요.”  이런 방식으로 더이상 살지 않겠다. 절대.

 

그들을 미워하는 마음은 없다.  실상, 그 동안 나를 가장 무자비하게 학대하고 거세게 몰아붙인 주체는 나였으니깐.

나는 내 속의 그림자를 꼭 껴안고 말해줬다. 엉엉 울면서 사과했다.

" 나 자신을 그렇게 취급해서 미안했어. 정말.   되풀이 하지 않을께. 내 마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더 돌볼께. 고마워. 예전처럼 숨어 들어가지 않고 말해줘서. 눈물과 공허한 허기와 울컥거림으로 네 존재를 계속 알려줘서 고맙다.  처음에는 그 불편한 느낌에 또 너를 외면하고 지우려고만 했어. 내가 다시 이상해졌다고 생각했어.  감각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어.  내 분노때문에 미각도 포만감도 에너지도 다시 없어져버렸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사실은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났기 때문에 생겨났던 느낌이었던 것음을 이제 알겠어.."

 

이번에 알게 되었다. 내 안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각들의 반응에 관심을 기울이고, 내 자신과 대화하고 긍정하는 법을.

그리고 걱정하던 것과 달리,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못느끼던 나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나는 내 자신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가둬놓았던 나를 하나씩 꺼내어 채워넣고 있다.

지금 나는 제대로 가고 있다.

 

 

******************

이봉임 선생님, 감사합니다..

?
  • ?
    리앤리심리상담센터 2018.02.25 01:07
    회복과 성장

    마리포사님이 가시는 길은 늘. 옳.습.니.다.
    수고와 애씀에 감사를 표하며
    그 현장에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고맙습니다~^^

  1. No Image 08Oct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2019/10/08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혼자 있을 때면 목이 죄어왔었는데. . . 어느새 나았습니다.

  2. No Image 20May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2019/05/20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최**님께서 스승의 날에 보내주신 메일입니다.

  3. No Image 13May
    by stella
    2018/05/13 by stella
    Replies 1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시간

  4. No Image 22Nov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2018/11/22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Replies 1

    오로라님의 상담 후기입니다 - 생각의 틀

  5. No Image 20Sep
    by 키마왕
    2017/09/20 by 키마왕
    Replies 1

    소소한 후기입니다-잘지냅니다

  6. No Image 27Jul
    by 키마왕
    2017/07/27 by 키마왕
    Replies 2

    소소한 후기입니다-내 맘속 불안

  7. No Image 21Jul
    by 키마왕
    2017/07/21 by 키마왕

    소소한 후기입니다-감정 느끼기

  8. No Image 08Mar
    by 키마왕
    2018/03/08 by 키마왕
    Replies 1

    상담후기입니다.

  9. No Image 21Feb
    by 키마왕
    2018/02/21 by 키마왕
    Replies 1

    상담후기입니다

  10. No Image 10Jan
    by 하이패스
    2018/01/10 by 하이패스
    Replies 1

    상담을 마치고....

  11. No Image 18Jan
    by 하이패스
    2018/01/18 by 하이패스
    Replies 1

    상담을 마치고(자기연민)

  12. No Image 29Aug
    by 수니
    2017/08/29 by 수니
    Replies 1

    상담은 참으로 소중한 경험입니다.

  13. No Image 19Aug
    by 버드나무
    2017/08/19 by 버드나무
    Replies 1

    상담 후기입니다.

  14. No Image 29Aug
    by 바질리아
    2017/08/29 by 바질리아
    Replies 1

    상담 후기

  15. No Image 26Jun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2020/06/26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리앤리 심리상담 후기

  16. No Image 24Jul
    by 홍**
    2018/07/24 by 홍**
    Replies 1

    내가 살아 있는 이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17. No Image 23Aug
    by 세실리아
    2017/08/23 by 세실리아
    Replies 1

    내 인생을 뒤돌아 보며....

  18. No Image 06Dec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2019/12/06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나를 나로 볼 수 있는 경험이-

  19. No Image 24Feb
    by 마리포사
    2018/02/24 by 마리포사
    Replies 1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다.

  20. No Image 08Oct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2019/10/08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Replies 1

    나누고 싶은 상담 후기 -십수년을 괴롭게 지옥처럼 살았습니다.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