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장님과 상담중에 자주 울었습니다.
숨기며 참고 있던 감정을 원장님이 건들이는 순간 눈물이 왈칵 터진 적이 많았습니다.
어느날 원장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지금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뭐에요?"
"몰라요.... 그냥 서러워요...."
저는 울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오랫동안 혼자 힘들었고, 어쩌지 못해 망설이면서 더욱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날 이렇게 만든 사람들이 원망스럽고 억울했습니다.
그 모든 감정을 눈물에 담아 버리고 있었습니다.
또 어느날
"지금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뭐에요?"
"열받아요. 그 사람 때문에..."
"화가 나면 화를 내야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는 것이 뻘쭘해졌습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는 건데 나 왜 울고 있지?
얼핏 원장님이 자기연민에 대해 경계했던 말들이 생각났습니다.
아!!! 나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구나~
내가 가장 연약하고 상처받았고 피해자니까 날 불쌍하게 보고 나한테 잘해라! 보상해라! 내편해라!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서운한 걸 얘기 할때도 왈칵 울음을 터뜨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증명하듯 했습니다.
남편이 쓴소리 할 기회도 눈물로 막았습니다. 남편을 통제하고 조종한 것이지요.
모르고 흘린 눈물이지만 무의식중에 그런 계산?이 있었습니다.
SES '슈'가 인터뷰 중에 툭하면 우는 것이 꼴보기 싫어 채널을 돌리곤 했었는데 저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그랬나봐요~
유치원생이나 쓰는 방법을 저도 쓰고 있었습니다.
깨닫는 순간 머쓱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 후 상담때 역시나
감정이 건드려지고 서러워서 울컥 할 때가 있었습니다.
알아채고 허벅지를 꼬집으며 '이건 표현할일이지 울일이 아니야! 똑바로 니가 하고 싶은 말을 해!'라고 스스로를 다짐 시켰습니다.
입술이 비질비질 떨렸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해냈습니다.
남편과 다툼이 있을때도 손가락 마디를 손톱으로 찌르며 '울일이 아니야! 니가 화나는 이유를 명확히 얘기해!'라고 상기시켰습니다.
이런 몇 번의 노력 후 의외로 우는 버릇은 쉽게 고쳐졌습니다.
그 동안 자기표현을 눈물로 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상대가 저절로 알아주길 바라고 말하지 않고 참다가
몰라주면 서러운 눈물로 상대를 통제한 것이지요.
불편한 감정과 내 필요를 상대에게 말하는 것이 아직은 부자연스럽지만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운걸 배웠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특별히
가짜로 울고 있다는 쓴소리를 해주신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성장을 바라는 애정이 없으셨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저와 원장님의 개인적인 유대감보다 내담자의 성장을 먼저 고려해주신 철학에 깊이 감동 받았습니다.
소화하는데는 어려웠지만 지나고 보니 명약이 입에 쓰다는 옛말이 참말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