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님의 상담 후기입니다 - 생각의 틀

by 리앤리심리상담센터 posted Nov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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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생각의 틀

 

상담이 끝난지 1년쯤 되었을까! 상담중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끝난 후에도 깨달음은 계속되었다. 또 이봉임 선생님이 상담 중 하신 말씀 중에 당시에는 몰랐으나 일상을 살면서 ‘아차! 그 말이 그 뜻이었구나!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에도 그런 깨달음이 있어서 후기를 쓰게 되었다.

 

요즘 가정이나 직장에서 느끼는 부담이나 불쾌함은 내 생각의 틀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생각의 틀이라는 것이 딱히 문제될만한 가치관은 아니었지만 내 발목을 잡아 말과 행동을 가로막기에 충분했다.

가령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웃어른이나 지위가 높은 분께는 공손해야한다.

-후배나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고 그들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해야한다.

-한번 시작한 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끝까지 해서 실력을 키워야한다.

-물건을 많이 사면 안되고 돈은 꼭 필요한데만 써야한다.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저축을 많이 해야 한다.

-술에 취해도 가볍게 보이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한다.

-남편에게는 현숙한 아내가 되어야 한다. 남편의 기를 죽여서는 안된다.

-외모를 꾸미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속물적이다.

-나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으니 살이 더 많이 빠져서 호리호리 해져야 비로 소 이쁘고 멋낼만하다.

-대인관계에서 싫은 소리를 할 때는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직장은 한 곳을 오래 다녀야 한다.

-직장 내 팀원들과 잘 어우러져야 하고 팀장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

-성인이 된 자녀는 부모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지해 드려야 한다. 등등

 

나쁘지 않다. 아주 좋은 말들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위의 가치관들이 내 행동을 가로막고 있었다. ‘나다운 나’는 어디로 가버리고 수많은 틀로 친절하고 열심히 사는 나이스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나’만 있었다. 누가 뭐라하는 사람도 없는데 언제 어디서건 뭘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상 따라 붙어서 모든 자리가 불편했다. 내가 만든 이상적인 역할을 하느라 바쁘고 힘들었다. 내 상태나 욕구는 늘 뒷전이었다. 언젠가 이봉임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신은 아주 근사하고 멋진 사람으로 보이려고 해요~ 그게 와르르 무너져야 되는데...

(또는 다른 주제로 상담하던 중에)안그러다가도 남자를 대할 때만 어떤 특정한 태도로 변하는가봐요”

비로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이해되었다. 당시에는 ‘내가 그런편이구나~’라고 받아들였는데 이제와 보니 타인이 아닌 결국 내 틀이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던 것이다. 매체를 통해 주변인을 통해 또 가족과 남편의 요구에 따라 들어온 말들이 나에게 이상이 되었고 그것을 좇느라 나의 현재 감정과 욕구를 놓치고 있었다.

 

요즘은 옷을 사는데 돈을 많이 쓴다. 옷, 가방, 신발, 악세서리 등등을 사 모으다 보니 2달동안 꽤 많은 돈을 썼다. 저축은 물 건너갔다. 그러나 아주 행복하다. 방 하나를 비워 만든 드레스룸에서 출근할 때마다 옷을 골라 입는 재미, 거울 속에서 근사한 나를 볼 때면 더 젊고 예뻤던 과거에 이런 재미를 놓친 것이 후회스럽다. 면바지 한두 개, 티쪼가리 몇 개로 계절을 났었으니 말이다.

또 나태함을 즐긴다. 평일 저녁시간은 직장 외에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유투브 보며 뒹굴거리다 잠드는 것이 초콜릿보다 달콤하다.

식사준비는 부부가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주도적으로 했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이 만족할만한 식단을 하느라 혼자 먹을 때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배고플 때 먹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일깨우는 중이다.

 

엄마가 필요한 게 유난히 눈에 잘 보인다. 엄마도 갖고 싶은걸 말씀하시기도 한다. 예전엔 내가 덜 쓰더라도 많이 사드렸다. 선물도 많이 했다. 그게 엄마에게 자식 키운 보람이 될거라 생각했다. 지금도 마음은 그렇지만 ‘본인이 필요한건 본인이 맘에 드는 걸로 본인돈으로 사는거지~’라는 생각을 한다. 조카들도 마찬가지다. ‘조카는 언니들이 부모니까 언니들이 챙기겠지~’하고 좀 홀가분해지고 있다.

 

성경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마태복음 7장 1~2절‘

(어릴적 다니던 교회에서 이 말씀을 듣고 다른 사람을 욕하면 안되겠다는 틀을 만들고 나서는 남 흉보는 일도 속시원히 못했다. 그런데 이제보니) 이 말씀엔 남이 없다. 비판을 하는 사람도 나고 비판을 받는 사람도 나다! 내안의 틀이 남을 비판하는 동시에 나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타인의 시선도 내가 만든 것이었다.